‘롯데호텔 x 고상우 NFT 아트 프로젝트’ 진행…“NFT 시장은 열렸고, 더 활성화될 것”

 

‘푸른색 사진 예술의 선구자’라 불리는 고상우 작가. (사진 = 작가 제공)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MZ세대 사이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아트가 각광 받고 있다. 실제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 7일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최대 5639억 원으로 추산되며 성장세를 보였다.

관련해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상반기 미술시장 관련 기사에 다수 노출된 키워드를 바탕으로 미술시장의 주 소비자로 등장한 MZ세대와 그들의 소비행태, 시장의 호황과 미술품 투자 관련 내용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전통적 분야 외에 분할소유권 및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이 늘고, 디지털 친화적인 MZ세대가 미술시장에 진입하며 온라인 미술시장의 성장세도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전부터 호텔 로비 및 객실에 작품을 전시하는 등 예술과 호텔의 만남에 집중해온 롯데호텔은 NFT 아트에 대한 이런 사람들의 관심을 빠르게 파악했다. 이를 호텔에 접목시켜 시그니엘 서울과 부산, 롯데호텔 서울·월드·제주·울산·부산에서 판매하는 객실 1박, NFT 작품 1점으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을 마련해 300룸 한정으로 지난달 판매했다. 투숙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또,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NFT 아트를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APO프로젝트와 손을 잡고 ‘NFT 아트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APO프로젝트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공간과의 접점을 추구하는 전시를 기획하는 전시 전문 기획사다.

 

‘롯데호텔 x 고상우 NFT 아트 프로젝트’ 현장. (사진 = APO 프로젝트)
특히 NFT 아트 프로젝트 장소로, 국빈 및 VVIP 전용인 롯데호텔 서울 이그제큐티브타워 로얄스위트를 공개했다. 일반 프로모션 행사를 통한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29일~7월 3일, 작품 원작과 NFT 작품이 화이트 큐브의 갤러리와 미술관이 아닌, 스위트룸 공간에 모두 설치돼 공간을 둘러보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이 프로젝트의 작가는 음영과 색이 반전되는 네거티브 효과를 사용한 사진 작품으로 ‘푸른색 사진 예술의 선구자’라 불리는 고상우다. 그는 롯데호텔과 손을 잡고 사슴을 주제로 2가지 타입의 총 300개(각 150개) NFT 작품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였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호텔과 결합됐을 때 보다 유연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민하던 중 NFT 아트가 MZ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현상을 발견했다”며 “이를 호텔과 접목하면 보다 흥미로운 작업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협업 작가를 찾던 중 평소 디지털 작업으로 앞서나가는 작업을 보여 온 고상우 작가와 연이 닿았다”고 말했다.

고상우 작가는 2016년 팝스타 마돈나가 그의 작품을 구매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엔 그의 NFT 작품 ‘공존’이 디지털 아트 및 NFT 유통 서비스인 클립드롭스에서 20초 만에 100개(약 1억 2000만 원)가 판매됐고, 이어 같은 해 12월 선보인 한정판 NFT 작품 100개(2억 1500만 원)가 2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롯데호텔과 고 작가의 만남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100만 원을 호가하는 NFT 패키지는 오픈 첫날이었던 지난달 7일 초기 목표 매출의 80%를 달성하는 등 관심을 받았다. NFT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스위트룸에서 진행된 김미경 MKYU 대표의 강의에도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이번 NFT 아트 프로젝트를 비롯해 아직 도전해 볼 일들이 많다”는 고 작가. ‘롯데호텔 x 고상우 NFT 아트 프로젝트’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그와 나눴다.

 

‘롯데호텔 x 고상우 NFT 아트 프로젝트’ 현장에 고상우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모습. (사진 = APO 프로젝트)

– ‘NFT 1세대 작가’라고 불릴 정도로 이미 NFT 아트계에서 유명합니다. 클립드롭스에서 NFT 작품 ‘공존’ 완판 기록을 세우기도 했고요. NFT 아트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저는 스스로를 미래 지향적인 작가로 여기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혁신적인 것을 지향해요.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를 보면 디지털 드로잉을 가르쳐주고 싶을 정도예요. 그래서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 NFT 아트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다만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빠르게 활성화된 점은 있어요.

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회화 작업을 이어왔기에 작업 방식 자체도 이미 NFT 아트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어요. 처음으로 작업했던 NFT 작품이 ‘공존’이에요. 호랑이 눈 위에 하트 모양의 안경을 씌우고, 평화주의자이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배경음악으로 한 화면에 아울렀죠. 클립드롭스에 선보인 작품이 두 차례 다 완판됐는데, NFT 아트에 대한 사람들의 열기가 정말 뜨겁다고 느꼈습니다.”

– ‘롯데호텔 x 고상우 NFT 아트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클립드롭스와의 작업 이후 많은 기업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했어요.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었고, 너무 상업적으로만 접근하려는 방식에 끌리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중 롯데호텔의 제안이 눈에 띄었어요. 처음엔 ‘호텔과 뭘 할 수 있지’ 생각했는데 NFT 작품과 객실 1박을 패키지로 묶어 대중에게 판매한다는 시도 자체가 처음이라 신선하고 흥미로웠어요.

또 저는 몇 년 전부터 자연보전기관인 WWF(세계자연기금)와 협력해 생태계의 다양성 그리고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예술로 재조명하고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익숙한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파급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어요.”

 

롯데호텔은 NFT 아트 프로젝트 장소로, 국빈 및 VVIP 전용인 롯데호텔 서울 이그제큐티브타워 로얄스위트를 공개했다. (사진 = APO 프로젝트)
– 롯데호텔과의 협업 과정은 어땠나요?

“롯데호텔 측의 접근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보통 기업과 협업을 할 땐 서로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가 전제 돼요. 그런데 롯데호텔 측은 ‘작품이 하나도 팔리지 않아도 좋으니 최대한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데 집중해달라’며 당장의 수익보다 창의적인 시도에 가치를 뒀어요.

아티스트에 대한 배려도 인상 깊었어요. 전 컬래버 작업을 할 때 ‘창작의 자유가 없으면 하지 않는다’는 주의인데 제 의견을 최대한 존중, 수용해 줬어요. 덕분에 마음껏 작업할 수 있었어요.”

– 이번 프로젝트에 선보인 작품에 대해 소개하자면.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NFT 작품 ‘블랙 펄스(BLACK PEARLS)’를 제작했어요. 푸른 사슴에 생명력이 깃든 생명체들이 입혀지는 과정을 배경음악과 함께 동영상 디지털 아트로 선보였죠.

호랑이, 곰, 하마, 올빼미, 토끼 등 멸종위기 동물들의 정면 초상화로 인간과 동물 간의 수평적 관계와 공존을 이야기해온 기존 작업의 연장선상이에요. 스위트룸에서는 이 작품을 LG올레드 TV를 통해 상영했어요.”

 

‘롯데호텔 x 고상우 NFT 아트 프로젝트’는 NFT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강연을 함께 진행했다. 사진은 강연을 이끈 고상우 작가(왼쪽), 김미경 MKYU 대표. (사진 = APO 프로젝트)
–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빈 및 VVIP 전용 로얄스위트룸이 공개돼 화제였어요. 현장 분위기와 반응은 어땠나요?

“그것 또한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한 요인 중 하나예요. 공개되지 않았던 미지의 동굴이 열리는 느낌이었거든요. 6월 29일 약 140평 규모의 로얄스위트룸에 추첨을 통해 선정된 작품 구매자, 그리고 각국 대사들을 포함해 기업·단체·기관 관계자들까지 방문했어요.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 150여 명이 모였는데, 새로운 시도에 흥미를 보이는 반응이 많았어요.

단순 작품 전시에만 그치지 않고 NFT 패키지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NFT 관련 세미나도 열었어요. MKYU 김미경 대표, 모두의 연구소 정지훈 교수 등 전문가들이 진행했고, 저도 참여했어요. NFT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게 많아요. 특히 ‘NFT 안전한가요?’, ‘투기 아닌가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 뜻깊었어요.

이런 게 좋은 컬래버라 생각해요. 기업 입장에서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작가는 자신의 작업과 메시지를 보다 파급력 있게 전달할 자리를 제공받고요.”

 

‘롯데호텔 x 고상우 NFT 아트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 APO 프로젝트)
– NFT 아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합니다. 미술계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장르로 보는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데요.

“무엇이든 익숙하지 않은 게 처음 나타났을 땐 혼돈의 시기가 있기 마련이에요.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카메라도 그림이 익숙한 시대에 처음 나타났을 땐 이질적인 존재였죠. 하지만 현재는 삶의 일부가 됐어요.

인터넷도 돌아보면 혁명과도 같았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것은 늘 나타나기 마련이고, 이를 막을 수는 없어요. 이 새로운 것들을 무조건 배척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배우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건 개인의 몫이지만요.

또 NFT 아트가 기존 미술시장과 대척점에 있는 건 아니에요. 이번 롯데호텔과의 NFT 아트 프로젝트에도 기존 제 작품을 구매했던 분들이 다수 방문했어요. 원작에의 관심이 새로운 NFT 작업에까지 이어진 거죠.

원작은 원작대로, NFT는 NFT대로의 가치가 각각 존재합니다. 한쪽만 의미가 있다, 없다 하는 식의 흑백논리로 이를 바라보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호텔 방 이곳저곳을 고상우 작가의 작품이 채우고 있다. (사진 = APO 프로젝트)
– 특히 MZ세대가 NFT 아트에 관심이 많은데 투자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현업 작가로서 이 현상을 어떻게 보나요?

“‘NFT 아트는 결국 투기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이런 비판적인 시각들이 존재하는 건 NFT 아트가 나타났을 초반에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에서 전날 150만원에 작품을 구매하고선, 바로 다음날 6300불에 팔려고 내놓는 사례도 있었어요. 또, 과열될 정도로 NFT 아트 투자에 관심을 보이다가 코인 시장이 안 좋아지자 바로 손을 놓아버린 사람들도 많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미 NFT 시장은 열렸고, 우리 삶의 일부가 됐어요. 이젠 NFT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거죠. NFT 아트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기반이 되고, 관련 제도가 잘 갖춰진다면 전 오히려 작가에게도, 작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도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봐요.

미술계에서는 작품 구매 시 그림 투기를 막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 리세일(되팔기) 금지 서약을 한 뒤 판매하는 경우가 있어요. NFT 아트엔 이런 장치가 아직 없는데, 미래엔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 고려하고 있고요.

작가들끼리 이런 식으로 이야기도 해요. ‘NFT 아트는 계급장 떼고 실력으로 붙는 세상’이라고요. NFT 거래 플랫폼에서 그간 무슨 수상을 했고, 어느 미술관, 갤러리에서 전시를 했고, 어떤 아트페어에 참여했고 등의 이력과 상관없이 오로지 작품만으로 관객에게 철저하게 평가받아요. 이런 점이 오히려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킵니다.”

 

고상우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작가 제공)
– 미래 NFT 아트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보나요?

“빠르게 달아올랐던 NFT 아트 시장이 이미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는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갤러리,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디지털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보관, 관리의 번거로움 없이 소유할 수 있는 점이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했죠.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아요. 몇 년만 지나면 디지털 기술은 지금보다도 더 발전할 것이고, 그에 따라 NFT는 더 일상화돼 있을 거예요.”

– 앞으로도 NFT 작업을 이어갈 계획인가요?

”물론입니다. 다만 중심을 잘 잡는 게 중요해요. NFT 아트 열풍에 휩싸여 작품을 홍수처럼 쏟아낸다면 희소성 없이 너무 흔한 이미지로 굳혀질 수 있어요. 본래 하던 작업, 그리고 새로운 NFT 작업 모두 꾸준히 해나가면서 이번에 진행했던 롯데호텔과의 협업처럼 파급력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1년에 한두 차례 진행하고 싶어요. 미술관, 갤러리 전시도 꾸준히 이어갈 거고요.

저는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큰 프로젝트를 하고, 작품도 발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그대로 안주하는 건 굉장히 위험합니다. 보다 혁신적으로, 예상치 못했던 걸 하는 걸 좋아해요. 또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https://weekly.cnbnews.com/news/article.html?no=14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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