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패션 브랜드가 NFT에 꽂힌 이유
트렌드에 민감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패션 브랜드가 앞다투어 ‘NFT’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브랜딩 수단이자 쏠쏠한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미 눈치채고 있을 듯. 패션부터 뷰티·스포츠·라이프스타일·아트·자동차·명품 하우스까지 소비재 분야 전방위에서 NFT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한 병에 18만 원대(140유로)인 향수를 판매하는 브랜드 바이레도와 한 대에 4억~5억 원을 넘나드는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는 각자 다른 브랜딩 방식을 고수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2022년 현재 NFT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찌·루이비통을 비롯한 일부 명품 브랜드는 이미 NFT 마케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LVMH(루이비통 모엣헤네시 그룹)와 프라다 그룹, 까르띠에(리치몬드 그룹)는 블록체인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심지어 NFT의 기반이 되는 가상화폐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브랜드가 한마음처럼 NFT를 활용한 마케팅에 몰두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 하나뿐인 디지털 토큰? 온라인 시리얼 넘버!
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는 단 한 개만 발행되는 것이 특징으로, ‘고유의 인식표를 달고 있는 디지털 정품 인증서’로 해석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통용 가능한 보증서 그 자체인 것. 특히 제품마다 시리얼 넘버를 부여하고 개런티 카드를 만들며 위조·복제품과 끝없는 싸움을 벌여온 명품 브랜드에게는 무엇보다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코드에 세상에서 하나뿐인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하면 제조국과 유통과정, 소유권을 표기하고 진품을 보증할 수 있다. 저작권을 지키고 해당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인 것. 루이비통을 보유하고 있는 LVMH 그룹·프라다 그룹·까르띠에는 재빠르게 손을 잡고 자신들만의 블록체인 플랫폼 ‘오라’를 구축했다. 제품 가격만 수억대를 호가하는 럭셔리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 역시 프랑스의 블록체인 업체인 ‘아리아니’를 활용해 제품을 보증하고 AS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운동화 정보를 NFT로 만들어 특허를 등록한 나이키도 있다. 이전부터 명품에 버금가는 막대한 매출과 팬덤으로 인한 2차 유통망과 가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탓이다. 제품을 구매하면 해당 신발의 NFT를 함께 받을 수 있다. 이런 기능은 한정판 아이템과 리셀(되팔기)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브랜드일수록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손잡고 만든 운동화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는 2019년 켤레당 21만9000원에 818켤레를 한정 판매했는데 2년 만에 2000만원 상당의 금액으로 새 주인을 찾아 화제를 모았다. 만약 해당 제품이 교묘하게 위조된 복제품이라면? 나이키는 복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NFT는 이러한 잡음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안전망인 셈이다.
NFT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구축 가능할까?
상품 개발자들은 NFT를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NFT 시장의 활성화는 가상화폐 폭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이런 움직임을 부채질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이 2021년 초여름에 일어났다. 구찌가 로블록스에서 475로벅스(미화 5.5달러· 6000~7000원대)에 판매한 ‘구찌 퀸비 디오니소스’ 백이 재판매 과정에서 35만 로벅스(판매 시점 기준 4100달러·534만원 상당)에 거래된 것. 디오니소스 백의 실물이 3400달러(440만원대)인데, 가상현실에서만 유효한 버추얼 아이템이 그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돼 전 세계적으로 화제였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제품의 실물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희소가치’에 주목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NFT를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발 빠른 구찌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사진작가 플로리아 시지스몬디가 공동 연출·제작한 4분짜리 단편영화 ‘아리아(Aria)’를 NFT로 발행, 세계적인 크리스티 경매에서 2만5000달러(3300만원 상당)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확인한 셈. 돌채앤가바나는 첫 번째 NFT 컬렉션 ‘콜레치오네 제네시’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총 9점의 작품 중 5점은 실제 옷과 액세서리를 디지털로 구현하고, 4점은 ‘디지털 익스클루시브’로 소개했다. 경매가는 560만 달러(73억원 대)에 달한다.
브랜드들은 NFT 제작에 분주해졌다. 가상과 현실 두 세계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아이템으로 만듦으로써 소비자를 확실하게 설득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브랜드 최초 NFT 컬렉션 ‘Into The Metaverse’로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NFT 게임 ‘The Sandbox’에서 활용 가능한 의류 아이템과 실물 제품을 함께 받을 수 있다. 발망은 바비(Barbie)와 손을 잡고 총 세 곳의 마켓에서 새로운 시도를 펼쳐 보였다. 발망은 바비에게 영감을 받은 기성복 컬렉션을, 바비는 발망이 디자인한 리미티드 에디션 ‘Barbie X Balmain Paris’를 선보였다. NFT에서는 세 종류로 구성된 아트 컬렉션을 별도로 만나볼 수 있다. 루이비통은 마스코트 비비엔을 주인공으로 만든 ‘루이 : 더 게임‘에서 온오프라인을 연결했다. 미션을 완수한 사용자는 NFT를 부여받고, 공식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다. ‘수백만~수천만원짜리 아이템을 판매하던 명품 브랜드가 몇천원 단위의 디지털 아이템을 판매해서 이득을 얼마나 봤을까’ ‘단순 리세일 가격만 화제가 된 건 아닐까’. 가상세계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브랜드에 실제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명품 업계가 재빠르게 가상세계에 진출한 것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가깝다. 199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온라인 쇼핑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럭셔리 브랜드는 온라인에 먼저 진출한 유통업계에 뺏긴 소비자를 되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야 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NFT 열풍은 브랜딩과 홍보, 미래를 위한 가치투자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인 접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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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구찌 공식 홈페이지 구찌 유튜브 캡처 돌체앤가바나 트위터 루이비통·버버리 공식 인스타그램 발망 공식 홈페이지 UNXD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