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뛰어든다” 디지털자산으로 눈 돌리는 증권사
[머니S리포트-금융사도 ‘부캐’시대… 신사업 열올리는 증권사]① 2분기 실적 악화에 ‘미래먹거리’ 확보 총력
편집자주| 올들어 증권사들이 신사업 발굴 및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부캐(부 캐릭터)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한 것과 달리 올해는 증시 상황이 악화하면서 증권사의 본캐(본 캐릭터)인 투자은행(IB)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등만으로는 실적을 지키기 역부족이란 판단에서다. 여기에 3분기 실적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면서 증권사들은 디지털자산으로 손을 뻗는가 하면 증권사 신탁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새 먹거리로 떠오른 비상장 주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플랫폼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증권사 부캐 시대가 열린 배경과 현황에 대해 살펴봤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디지털자산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내외 투자환경 악화와 지난해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겹치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익 다각화를 위해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선 모습이다. 상반기에 이어 올해 3분기 실적도 불투명해지면서 증권사들은 디지털 자산이라는 틈새시장을 더욱 빠르게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조각투자에 빠진 증권사
디지털자산이란 디지털 형태로 저장된 자산을 일컫는 것으로 가상화폐(암호화폐)·대체불가능토큰(NFT)·조각투자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증권사들은 혁신기술을 보유한 핀테크사와 협업을 맺는가 하면 사업 추진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테라·루나 사태 등의 여파로 가상자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최근에는 조각투자 시장에 손을 뻗는 증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조각투자는 음악저작권이나 고가의 명품 시계나 미술품, 부동산 등 고가 자산을 지분 형태로 쪼갠 뒤 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키움증권으로 올해만 벌써 5번째 조각투자 기업과 포괄적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27일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와 MOU를 체결했다. 테사는 모바일 앱을 통해 글로벌 200위 내의 블루칩 아티스트의 작품을 최소 1000원부터 조각 투자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문화테크 기업 뮤직카우와도 포괄적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외에도 ‘카사’ ‘펀블’ ‘비브릭’ 등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세 곳과 협약을 맺기도 했다.
SK증권은 디지털자산유동화증권(DABS)의 발행 및 유통을 통한 증권형토큰사업(STO)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부동산조각투자업체 펀블, 미술품조각투자업체 열매컴퍼니 등과 MOU를 체결했다. 제도권에 맞춘 한국형 STO 실증 사례를 확장해 디지털자산 분야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SK증권은 가상자산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가상자산거래소 지닥 운영사 피어테크와 디지털 자산수탁(커스터디) 서비스 협력계약을 맺었고 7월에는 블록체인기술 전문기업 해치랩스와 금융블록체인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손잡기도 했다.
김신 SK증권 사장은 “디지털자산은 SK증권 비즈니스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한국형STO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생태계 조성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새롭게 꾸리는 곳들도 있다. KB증권은 증권형 토큰 발행 등 디지털자산 사업 추진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디지털·IT 조직을 중심으로 태스크포크(TF)를 구성해 디지털자산 관련 비즈모델 수립,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디지털 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협업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잠재적 협력 파트너도 모색 중이다.
SK증권 역시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사업본부를 포함한 디지털 부문을 확대 신설하고 최고 디지털 책임자(CDO)를 임명하는 등 디지털자산 시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3분기 실적도 미지수… 신규 수익원 발굴 절실
올들어 증권사들이 디지털자산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새 먹거리를 발굴해 수익 창출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증시 활황에 힘입어 증권사 대부분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것과 달리 올해는 증시 거래대금 감소와 금리인상 등의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19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2분기 들어서도 ▲4월(18조5700억원) ▲5월(16조8700억원) ▲6월(16조7400억원) 연일 감소 추세다.
개인투자자의 주식거래대금이 급감하는 가운데 줄어든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을 만회하려는 방편으로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브로커리지와 기업금융(IB) 성장에 제동이 걸린 데 이어 미국발 금리 인상 불확실성도 여전히 유효해 3분기 실적 전망도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신규 수익원 발굴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자산 육성에 대한 의지와 신규 수익원 발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도 긍정적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올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지난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정 가상자산 3차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디지털자산 기본법’ 관련 NFT 등 디지털자산의 발행부터 소비자 보호 및 거래 안정성 제고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증시 최대 호황에 힘입어 증권사 이익 체력이 높아졌는데 이는 코로나와 같은 특수한 사태로 중장기 실적까지 보장할 순 없어 현재 증권사들은 신규 수익원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디지털자산 시장은 성장과 함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수탁업을 기본으로 향후 발행, 유동화, 매매 등으로 업무를 발 빠르게 준비하는 증권사만이 선점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